‘스물넷 군필자 모델, 흔치 않은 프로필이죠?’
‘이 사람 누구?’ 주목할 만한 라이징 모델의 릴레이 인터뷰 ⑤ 변우석
우연히 인터넷에서 변우석의 사진 아래 ‘이 사람 누구에요? 배우인가요?’ 라는 질문을 발견했다. 그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두 눈을 번쩍이는 탐정처럼, 다급한 굴림체로 부연 설명이 덧붙여진 그 글을 보면서 어쩌면 데뷔 4년 차의 모델 변우석을 모르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런웨이를 떠난 2년의 시간은 그를 알고 있던 대중들마저 그를 잊게 할 만큼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시 무대 위로 복귀한 지 1년 만에 변우석은 지난 2015 S/S 서울패션위크를 통해 14개 컬렉션 무대 위에 오르며 왕성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우리가 모델 변우석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는 그에게만 특별히 탑재된 스페셜 옵션에 있다. 189cm의 늘씬한 몸매와 8등신 비율은 모델이라면 누구나 탑재해야 할 기본 옵션이라 치더라도, 여심을 녹이는 달달한 눈웃음과 재치 있는 언변은 모델 변우석에게만 탑재된 추가 옵션이다. 특히 마주 앉은 사람을 3분 안에 웃음 짓게 하는 특유의 매력은 누구나 모델 변우석이 아닌 인간 변우석으로서 그를 대하게 만든다. 14개의 컬렉션 무대에 오르며 정신 없이 시즌을 마무리한 변우석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컬렉션의 후유증으로 뾰루지가 나서 속상하고, ‘배운 여자’가 좋다는 털털하고 유쾌한 인간 변우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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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인터뷰이였던 이석찬의 질문부터 시작하자. 화보 촬영 때의 노하우가 궁금하단다.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그냥 느낌대로 할 뿐. (웃음) 가능하면 촬영 전에 컨셉을 알고 화보의 분위기, 옷의 느낌을 미리 숙지하고 촬영에 임하려고 한다. 얼굴이 잘 붓는 편이라 촬영 전날엔 일찍 자거나 우유를 한잔 마시고 잔다. 일종의 징크스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자기만족일지도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꼭 지키려고 하는 습관이다.
모델로 데뷔한 지 얼마나 됐나?
데뷔한 지 4년이 됐다. 데뷔 후에 간간히 일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활동하지는 못했다. 주위의 지인들이 일찍 군대를 갔다 오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유를 했고, 나 또한 그게 좋을 것 같아 군대를 갔다. 지난해 8월에 제대를 했는데 운 좋게도 바로 일을 시작했다. 제대하던 날 데리러 오신 아버지 차를 타고 오디션을 보러 갔던 기억이 난다.
모델 데뷔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군대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다. 주변에 친한 형들이 몇 달 동안 군대 가라는 얘기를 했는데 고집이 세서 ‘이번 컬렉션만’ 하며 뜸을 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만약 누군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후배가 있다면 나 역시 그 때의 선배들과 같은 말을 할 것 같다. 군대에 있으면서 칼을 갈았다. (웃음) 당시 모델이 다방면으로 활약하며 대중적으로 관심을 많이 받기 시작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브라운관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제대 후의 그림을 그렸다.
얘기를 들어보니 뭐든지 열심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노력파 스타일인 것 같다.
일단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몸에 익히려고 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모델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모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모델이라는 직업은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 늘 운동을 하면서 몸을 유지해줘야 하고 잡지나 쇼 영상을 많이 보면서 포즈도 따라 하고 감각을 익히려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어린 시절의 꿈은 무엇이었나
가장 최근까지 기억하고 있는 꿈은 파일럿인데 최근에 만난 중학교 동창이 ‘모델 한다더니 진짜 모델 됐네’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릴 때부터 키는 늘 컸으니까 중학생 시절의 장래희망 리스트에 모델이라는 직업이 있었던 것 같다. 아, 키가 큰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키 때문에 늘 뒷자리에 앉아 공부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으니까. (웃음)
모델이 된 후 첫 무대가 기억 나나?
처음 오른 무대는 브랜드 쇼였다. 당시 모델 중 가장 막내였기 때문에 머리 속에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콘티를 계속 되뇌면서 포즈와 동선을 머리 속에 꽉 채웠다. 지금이야 즐기면서 하는 법을 알고 있지만 그때는 여유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제대 후 2년만에 참가한 2014 S/S 시즌 또한 첫 무대처럼 생소했다. 아는 사람도 많고 같이 어우러졌던 예전과 달리 혼자 쇼에 오르는 낯선 느낌이 들더라. 모르는 얼굴들이 많아 2년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많이 준비하고 기대했던 만큼 아쉬움이 더욱 컸던 시즌이었다. 다음 시즌엔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지난 2015 S/S 시즌엔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은 무대에 섰다. 다 합해서 14개 브랜드 컬렉션에 올랐는데 서보고 싶었던 쇼에도 서고 개인적으로 알차게 느껴진 시즌이었다. 다만 쇼가 연이어 붙은 경우가 많아 이동 시간에 헤어, 메이크업 수정 시간까지 급하게 돌아다니느라 몸무게가 3kg 가량 빠졌다. 그러다 보니 피부 컨디션도 나빠져 생전 나지 않던 뾰루지까지 났다.
새벽 5시까지 촬영을 했는데 그 다음 스케줄의 콜타임이 3시간 뒤인 아침 8시였다. 촬영이 끝난 뒤 바로 다음 촬영을 시작해 저녁까지 계속됐는데 체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자신에게 어울리는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있다면? 생로랑 스타일을 정말 좋아한다. 브랜드 네임부터 옷 스타일, 컬러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생로랑의 옷을 입은 모델을 보면 성별에 구분 없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모델로 데뷔 하기 전부터 차승원 선배님을 좋아했다. 영화 ‘귀신이 산다’에 출연한 그의 모습을 보면 모델로서의 자신을 지워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영화 속에서는 모델이 아닌 온전히 배우로만 보이는 것을 보며 진짜 프로페셔널하다고 느꼈다. 한번은 잡지 촬영을 같이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또 모델로서의 포스를 강렬하게 느꼈다.
연기는 제대로 배워서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다. 감성적인 부분에서의 표현이라던가 발음에서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하면 할 수록 연기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사진| 이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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