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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LLE Korea] 21' 12/7 "지금부터 내가 기대돼요" 변우석의 초연한 변화

변우석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얼굴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 찬란한 순간과 서늘한 잔광의 명암이 분명한 세계에서.

 

 

촬영 스케줄 따라 전국 각지를 다니고 있죠. 오늘 서울에는 인터뷰하러 잠시 들렀고요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이하 <꽃달생>)과 넷플릭스로 공개될 영화 <20세기 소녀> 촬영 중인데 두 작품 모두 장소가 다양하거든요. 용인, 안동, 문경, 청주, 증평, 경주…. 덕분에 홍길동처럼 살고 있어요.

 

노마드 라이프네요. 본인 DNA와 잘 맞나요

생경한 장소에서 느끼는 새로움을 좋아해요. 예전이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맘껏 즐겼을 거예요. 솔직히 지금은 두 작품이 겹친 상태라 마음이 복잡해 그다지 즐기지 못하고 있어요(웃음).

 

셔츠는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더블 재킷은 Juun.J. 셔츠와 팬츠는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슈즈는 JW Anderson.

 

셔츠와 팬츠는 Dries Van Noten by Boontheshop. 슈즈는 JW Anderson

 

지난해 드라마 <청춘기록> 이후 오랜만에 작품을 선보이게 됐어요
<청춘기록>이 마무리될 무렵 곧장 크랭크인한 영화 <소울메이트>까지 끝내고 나니 다음 작품을 빨리 하고 싶었어요. 열심히 작품을 찾았죠. 그러던 중 발견한 <꽃달생>이 무척 좋았어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 하고 싶었어요. 미팅 겸 오디션을 보고 합류했어요.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한 스물여섯 무렵부터 꽤 많은 오디션을 경험했어요. 이제는 나름 오디션 노하우가 생겼을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가 있을 뻔하다 안 된 경우도 많거든요.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럴 수 있는 일이에요. 아직 보여 드린 게 많지 않으니 제작진이 저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거죠. 상처 입은 경험치가 쌓이면서 점점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이젠 어떤 기회가 내게 오지 않아도 또 다른 작품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떠나 보내요. <꽃달생>은 미팅 때부터 느낌이 좋았어요.


‘반항미’ 장착한 왕세자 역할을 맡았어요. 인물의 어떤 면이 욕심을 자극하던가요
해보지 않은 캐릭터인 데다 감정의 폭이 꽤 넓고 단편적이지 않아요. 이번 역을 잘 소화해 내면 연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촬영 기간이 꽤 길었어요. 7개월가량 사극 촬영을 하면서 몸에 밴 습관이 있나요
평소 말투가 ‘사극 톤’으로 바뀌진 않았는데, 이제는 사극 톤의 대사도 실제 말투처럼 편안해요. 둘의 차이를 별로 못 느끼고 있달까요. 분별해서 사용하기는 해요. 정말입니다(웃음). 왕세자 역이니 한동안 괜히 주변 풍경을 굽어보는 느낌으로 걸어 보기도 했어요. 풀이나 꽃, 나무 같은 걸 지그시 바라보며 다니곤 했죠.


<20세기 소녀>에선 거의 교복을 입겠네요. tvN 단막극 <드라마 스테이지- 직립 보행의 역사>에서 고등학생 역할을 맡았던 모습도 떠올라요. 실제로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친구들과 농구하며 놀기 좋아하고…. 평범했어요.


농구 잘했겠어요
키가 크니까 애들이 껴준 거죠. 진짜 잘하는 애들은 따로 있었고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 일을 하고 싶었어요. 부모님께서 대학 가서 해도 되지 않냐고 하시기에 스무 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모델을 시작했어요.


진로 고민이 많은 시기에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유보한 채 지냈던 거네요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는데, 부모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건 다 하게 해주셨어요. 그러니 부모님 말씀을 그냥 들었어요. 부모님은 연고도 인맥도 없는 아들이 모델이나 배우 일을 하고 싶어 하니 많이 걱정하신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모델 에이전시인 케이플러스에서 콘테스트를 열었어요. 한 번 나가보고 3등 안에 못 들면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운 좋게 등수에 들었죠. 그렇게 됐어요.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Alexander McQueen. 블랙 코트는 Valentino. 화이트 팬츠와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트렌치코트는 Bottega Veneta.

 

톱과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Alexander McQueen.

 

‘0’에서 출발했던 시작점을 지나는 동안 자신에게 믿는 구석이 돼준 건
경험이요. 처음에는 몇 년 더 경력을 쌓은 친구들, 학교에서 연기를 배운 친구들을 따라잡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노력했어요. 그런데 저는 천재가 아닌 거예요. 연기를 늦게 시작했으니 기댈 곳이라고는 실전 경험밖에 없었어요. 저에겐 모든 출연작이 기회이자 과정이에요. 어떤 출연작이 저에게 중요했는지 꼽아서 말할 수도 없어요.


청춘물부터 가족 드라마까지, 거쳐온 작품들의 장르가 여럿이었어요. 덕분에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과 일했죠. 데뷔작인 <디어 마이 프렌즈>에선 무려 윤여정 배우와 호흡을 맞췄고요
윤여정 선생님은 정말 척 보면 다 아세요. 선생님이 저를 보자마자 하신 말씀이 “너 연기 처음 하는구나?”였어요(웃음). 윤여정 선생님처럼 제겐 너무 큰 선배님들을 당시에는 많이 어려워했어요.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소극적이었거든요. 만약 지금 윤여정 선생님과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좀 다르게,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본인에게 전환점이 된, 연기에 대해 다른 마음을 먹게 된 순간이 었있나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연기 못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이 저에겐 오히려 동력이었어요.


벼랑 끝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는 사람이군요
그런 상태로 물러날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렇게 버티니, 제게 대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때 이후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졌어요. 생각도 깊어졌고요. 제가 하는 모든 경험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와 닿기 시작했죠.


지난 인터뷰를 읽다가 두 개의 대답을 메모했어요. “웬만한 일은 다 못하는 사람인데 그게 나의 원동력이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은 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잘하는 게 없거든요. 그렇다고 엄청 못하는 일도 없었어요. 대체로 평균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하고 싶은 걸 해야 행복하더라고요. 저는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른 무엇보다 추구하죠. 언젠가 성공했다고 생각될 때, 제가 행복한 상태였으면 좋겠어요.

 

톱과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Givenchy.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Alexander McQueen. 블랙 카디건은 Isabel Marant Homme. 링은 Aphrose x Amondz 슈즈는 Arket. 네크리스와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때는 취미처럼 쉬는 날마다 시나리오를 읽었다면서요  
제게 들어오지 않은 작품의 시나리오까지 읽어봤어요. 공부할 겸 1주일에 2~3개씩 읽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대본과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생각, 상상이 확장됐죠. 그런 경험도 정말 신기했어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오니까. 이제 뭐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부터 내가 기대돼요. 


오래전부터 로맨틱 코미디에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어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물음에 ‘로맨틱 코미디’라고 답하는 남자배우는 흔치 않잖아요. 신기했어요 
영화 <조커>를 보고 문득 책임감을 느꼈어요. 내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일을 하고 있구나. 동시에 기본적으로 나란 사람은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물론 ‘로코’ 작업만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제가 해보지 못한 일을 너무나 하고 싶어요. 


자신에게 온 기회들을 되짚어본다면, 올해 운은 어땠나요  
충분했어요. 사실 만족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만족하지 않으면 과거에 얽매여 살 수밖에 없잖아요. 저는 과거에 빠져 살지 않아요. 지금껏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연기를, 그것도 다들 얼마나 열심히 했겠어요. 제게 주어진 기회를 감사하게 생각해요. 내 길이 맞나 싶은 순간을 무수히 지나서 여기까지 왔거든요. 해내고 싶은 목표점과 현실 사이의 격차 때문에 힘들 땐, 일단 힘들어하고 매운 음식 먹고 털어버리면 돼요. 


스무 살에는 스물여덟이 성공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했다고요. 지금은 어때요? 얼마만큼 앞을 내다보나요 
요즘은 넌지시 1년 앞만 그려요. 지금까지 이런 작품을 해왔으니 내년에는 기회가 더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딱 거기까지만요.  


무엇 때문에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극히 드물지만 간혹 이런 순간이 있었어요.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정말 거기에 푹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훅 지나가는 짧은 순간인데, 엄청 짜릿해요. 그 순간을 계속 원하게 되죠. 정적이 찾아오고 주변 공기가 확 달라지는 느낌마저 들어요. 그래서 계속 하게 돼요. 


마법같은 순간이네요
그럴 땐 정말 초능력을 얻은 기분이에요.

 

Credit
에디터 이경진
사진 김영준
스타일 디렉터 이윤경
헤어 스타일리스트 백흥권
메이크업 아티스트 박혜령
어시스턴트 차은향
디자인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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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LLE 홈페이지 

 

"지금부터 내가 기대돼요" 변우석의 초연한 변화 - STAR

변우석은 언제든 예상치 못한 얼굴을 보여줄 준비가 됐다. 찬란한 순간과 서늘한 잔광의 명암이 분명한 세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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