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ELLE Korea] 22' 10/29 21세기에 다시 만난, 20세기 소녀&소년




변우석의 청춘

키가 커서 어디서든 눈에 쉽게 띄겠어요
사람 많은 곳을 약속 장소로 잡아도 상대는 저를 금방 찾더라고요. 저는 못 찾아도…(웃음).
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죠? 영화제는 어땠나요
정말 좋았어요. 항상 가고 싶었고 놀러 오라는 지인도 많았지만, 제 작품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에 가지 않았거든요. 드디어 기회가 왔죠.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91년생이니까 <20세기 소녀> 네 배우 중 그나마 20세기를 가장 많이 겪은 편이에요
맞아요. 뭔가 경험하기엔 저도 어렸지만요(웃음). 다섯 살 터울의 누나가 있는데 그 시대의 노래나 감성을 어깨너머로 봤어요. 그런 기억이 이번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1999년의 변우석은 어떤 아이였나요
초등학생이었는데, 축구를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시간씩 했어요. 축구 교실에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요.
당신이 연기한 풍운호는 90년대 순정만화 속 주인공 같더군요. 캐릭터를 받아들이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감정 톤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감독님과 많은 얘길 나눴어요. 보라의 마음이 명확하게 잡히기 전까진 조금 감추고 가보자고 했죠. 감정을 명확하게 드러내기 보다는, 안으로 응축해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말이죠.
풍운호는 좋아하는 여자를 위해 고소공포증까지 견디는 남자죠. 당신은 어떤가요
그 부분은 풍운호와 닮았어요. 사랑할 땐 몰입하는 편이에요. 모든 걸 감수할 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아무리 힘든 순간도 버티고 돌파하려는 편이죠.


어떤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나요
제게 없는 결을 지닌 사람에게 끌려요. 자기 생각이 뚜렷한 사람에게도. 가령 저희 회사 이사님은 목표를 세우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거든요. 힘든 상황이 생기면 포기할 수도 있고 자기합리화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그러지 않아요. 멋있다고 느꼈어요.
반대로 나의 장점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무리 힘든 순간도 빨리 잊고 현재에 집중하는 점. 그 힘듦이 결코 가볍지 않더라도요. 주위에서 “그때 너 진짜 힘들었어!” 그러는데 “내가 힘들었어?”라고 반문할 정도죠(웃음).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20세기 소녀>에는 이정재 주연의 <정사> 비디오테이프가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그걸 보면서 생각했어요. 이정재는 20세기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21세기에도 현재진행형 배우로 활동하는구나. 만약 당신이 지금 찍은 영화가 20년 후에 추억되고, 그때의 당신이 여전히 큰 기대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어떨 것 같나요
와…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한데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연기자로서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거죠. 사실 늘 의문이거든요. 과연 20년 후에도 내가 연기를 하고 있을지. 저는 아무리 힘들어도 재밌으면 열심히 하는 타입인데, 그때도 연기를 하고 있다면 분명 더 사랑하며 즐기고 있을 거예요.


그때 변우석 앞에 수식어가 붙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믿고 보는 배우’와 같은 말들(웃음). 다음 작품에선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늘 궁금해지는 배우가 돼 있으면 좋겠어요.
작품 영향 때문일까요. 당신을 생각하면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영화제 갔을 때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는, 기분 좋은 말을 들었어요. 청춘이 그렇잖아요. 고정되지 않은 이미지가 있죠. 그래서 청춘물이 운 좋게 들어오지 않았나 싶어요.
인간은 언제까지가 청춘일까요
꿈꾸는 순간까지요. 마흔이 됐든 쉰이 됐든 물리적인 나이는 부차적인 것 같아요.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려고 한다면 그 순간이 청춘이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지금 완전 청춘 같군요
네, 완전 청춘(웃음).
사랑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뭔가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지금 당신에게 연기는 좋아하는 일인가요
그건 확실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이고,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연기하는 순간이 즐겁고요. 친구들에게 말하니까 다들 그래요. “어, 그럴 수 있어. 그런데 얼마 뒤면 너 또 엄청 힘들어할 거야. 그러니 지금 즐겨!’(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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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ELLE 홈페이지
21세기에 다시 만난, 20세기 소녀&소년 - STAR
THE DAYS WE LOVED. 우리가 사랑한 시절, 여전히 그 자리에서 진짜 사랑을 기다리는 네 사람. <20세기 소녀>의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그리고 노윤서의 이야기.
www.el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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